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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동해남부선 전철" 성공의 조건

 한우진(인터넷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1974년 광복절. 우리나라에 수도권 전철이 첫 개통된 날이다. 그로부터 42년 후인 올해 하반기에 드디어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전철인 동해남부선 전철이 개통된다.(부전~일광 28.5km, 14개역)

 

  비수도권 최초의 지하철인 부산 1호선은 서울지하철 개통 후 11년만인 1985년에 개통했는데(최초구간: 범어사~범내골), 전철은 비수도권까지 내려오는데 무려 42년이나 걸린 것이다.


  새롭게 지하철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기존 철도를 개량하여 전철역 중심으로 역세권을 발전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이런 전철이 지방에 설치되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해남부선 전철 노선도 ©부산광역시


  수도권에서는 지하철과 전철이 동시에 개통한 관계로, 사람들은 지상을 달리는 전철에 매우 익숙하다. 특히 1호선은 영등포나 용산 등 중요한 부도심을 지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부산은 그러하지 못하다. 일반열차가 달리던 지상철도 구간에 어느 날부터 지하철 같이 생긴 열차가 달린다는 것은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동해남부선 전철이 곧 개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던 시절에는 SOC 투자에 거리낌이 없었다. 이미 지어진 SOC를 다소 비효율적으로 운영해도 충분히 많은 수요가 나왔다. 하지만 만성적인 저성장시대로 접어들고, 인구까지 고령화되는 이 시점에 SOC를 함부로 운영한다는 것을 있을 수 없다. SOC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건설해야 하고, 이미 지어진 SOC는 최고로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최대의 편익을 끌어내야 한다. 이것이 정부와 운영사의 지상과제다.


  이점은 동해남부선 전철도 다르지 않다. 오랜 노력과 많은 투자로 지어진 부산권의 전철이다.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승객이 외면하는 전철이 된다면 이런 비극이 없다. 세금의 낭비는 요즘 시대에 가장 지양해야 할 행위다.

 

 

             동해남부선 교대역 조감도. 부산1호선 환승역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그렇다면 동해남부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로는 버스 노선을 개편하여 동해남부선과의 역할분담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전철이 개통되었는데도 버스노선과 상호 보완하는 상생(相生)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필요한 경쟁을 벌이며 상극(相剋)을 하는 것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애초에 전철 노선을 세심하게 만들어야겠지만 일단 전철이 개통되었다면 버스가 노선을 바꾸어야 한다. 한번 만든 전철은 노선을 바꿀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부산시에서는 2007년부터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부산시가 의지만 있다면 동해남부선 전철 개통에 맞추어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버스노선 개편을 실시할 수 있다.


  노선개편은 동해남부선 전철과 버스의 지나친 중복을 줄이고, 동해남부선 전철과 교차하는 간선노선 및 동해남부선 역과 주변을 연결하는 지선/마을버스를 늘리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중복 구간을 줄이고 전철역까지만 운행되도록 노선을 단축시키면(지선화), 회전율을 높이고 운행원가를 절감하며, 배차시간도 줄이고 정시성까지 높일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 같은 버스노선 조정은 많은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기에 준비하였다가 개통과 동시에 시행하여야 한다. 조기에 개편안을 공개할 경우 시민들의 피드백을 받기에도 유리하다. 그럴수록 개편 후 민원발생이 줄어들고, 시민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새 노선에 적응할 수 있다. 이왕 해야 하는 버스개편이라면 속도감 있게 미리미리 해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밖에도 동해남부선 전철역과 버스정류장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도록 버스정류장을 이전하고, 여유부지가 있는 역은 소규모 노상환승센터를 역 앞에 구축하여 환승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면 좋다. 흔히 자가용을 위한 환승주차장이 역에서 가깝고, 버스정류장은 역에서 먼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반대로 된 것이다. 노외주차장을 지을 공간이 있다면, 이곳에는 역과 주변 지역을 잇는 지선버스를 위한 환승센터를 먼저 설치하는 게 옳다.

 

 

            동해남부선 오시리아역(동부산관광단지 내) 조감도 ©한국철도시설공단


  동해남부선의 성공을 위해 두 번째로는 현행 부전역 종착인 전철 운행계통을 다변화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동해남부선 전철의 부산시내 종착역인 부전역은 철도역으로서 괜찮은 위상을 갖고 있지만, 지하철역과 약간 떨어져 있는 등 아쉬운 부분도 있다.


  따라서 어차피 부산 지역 철도노선은 모두 전철화가 되어 있는 만큼, 일부 전동열차를 부산역이나 사상역 등으로 연장한다면 KTX나 부산김해경전철, 김해공항 등과의 연계성이 강화될 것이다. 부산역이나 사상역에는 저상홈(低床 platform)이 없는 문제도 있으나, 동해남부선 전동차가 4량에 불과한 만큼 한 개 플랫폼만 짧게 저상홈 공사를 하면 된다. 아예 저상홈을 그대로 두고 문 위치에 맞추어 계단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공항철도 용유임시역이 이런 방식을 썼었다.


  동해남부선 전철 열차가 부산역으로 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산역의 혼잡문제는 그 횟수만큼 일반열차를 부산역 종착에서 부전역 종착으로 바꾸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일부 일반열차의 종착역이 부전역으로 바뀌면 KTX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부전역에서 동해남부선 전철과의 연계성이 높아지므로 일반열차와 전철이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동해남부선 부전역 ©부산광역시


  특히 사상역 방향의 연장 운행은 예전에 부산에서 운행되었던 동서통근열차(구포~부전(부산)~월내 구간, 계통은 다양함)의 부활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수 있다. 예전에 동서통근열차 운행 시절에 비해 지금은 사상역에서 부산김해경전철 연계도 가능하므로 더욱 광역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당시 동서통근열차는 부산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인해 폐지되었지만, 차량이 디젤에서 전기로 바뀌고, 선로는 단선에서 복선으로 바뀌며 선형이 개량되는 등 속도가 빨라지고 한층 더 개선된 모습으로 돌아와서, 이제는 완행인 부산2호선의 급행선 개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동해남부선 전철을 사상역으로 연장시켜 부산김해경전철과 함께 부전-사상-김해공항 방향 연장계통을 만드는 것은 현재 공사 중인 경전선 복선전철의 기능도 일부 수행할 수 있으니, 경전선 개통 전에 해당 구간에서 도로나 버스의 수요를 철도가 선점한다는 측면에서도 시행가치가 충분한 사업이다.


  다만 이렇게 사상역이나 부산역으로 연장할 경우 필연적으로 운행거리가 늘어나서 비용이 늘어나는 문제는 있다. 차량 회전율이 떨어져서 배차시간이 증가할 염려도 있다. 하지만 앞서 제안한대로 일부 일반열차를 부전역 종착으로 바꾸어 운행거리를 축소시킨다면 여기서 절감된 비용으로 동해남부선 전철의 연장운행이 가능할 것이다. 일반열차와 동해남부선 전철의 운영사가 둘 다 코레일은 관계로 내부보조가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운영사가 통일된 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동해남부선 원동역 조감도. 원동역은 추후 개통된다 ©한국철도시설공단


  마지막으로 동해남부선 전철의 성공적 운행을 위해서는 부산시에 최적화된 운임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컴퓨터의 부품이 좋아도 깔려 있는 프로그램이 엉망이면 컴퓨터를 제대로 쓸 수 없는 것처럼 전철도 마찬가지다. 특히 운임체계는 교통경제를 통해 타 교통수단, 더 나아가서는 다른 경제 요소들과 균형을 이루는 핵심이기 때문에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부산시에서는 기본적으로 2회 환승이 가능하며, 환승을 하면 이용했던 교통수단중 기본운임이 제일 높은 수단의 요금을 내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부산시 교통의 광역화를 고려하여 김해시나 양산시 등 부산시 인접 외곽으로 나갔을 경우에는 500원을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아울러 부산도시철도는 아직도 구역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환승을 해서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수도권처럼 총 이동거리를 따지는 거리비례제를 쓰지 않는 것도 특기할 점이다.

 

 

                                 부산시내 환승운임 안내 ©부산교통공사


  동해남부선 전철은 급행성이 강조되고, 부산 시내에 다양한 역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부산 1, 2, 3호선과 모두 환승역이 설치되어 있고, 기장군의 일광역까지 운행되는 광역기능까지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전철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의 인구는 현재 줄어들고 있는 중이고,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 노령인구 비율을 늘어나고 있는데다가, 동해남부선 전철 자체를 최근에 비싼 비용으로 건설했기에 원가도 많이 드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동해남부선은 운임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중교통 환승제 하에서 운임을 높게 받는 방법으로는 기본운임을 높이는 방법, 임률을 높이는 방법, 이용 시 추가운임을 받는 방법 등이 있다. 부산은 거리비례제 아니므로 임률을 높인다는 것은 실제로는, 전철 노선의 운임 구역을 좀 더 잘게 쪼개고 구역에 따른 운임 증가율을 높이는 것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부산지하철은 10km를 기준으로 2구역으로 나뉘어져 있고, 1구간 이용 시 1200원, 2구간 이용 시 1400원의 운임을 받는데, 동해남부선은 이보다 구역을 더 잘게 쪼개고 운임 증가액을 늘리는 등의 선택을 할 수 있다.


  동해남부선의 운임을 낮추면 승객수를 늘리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수익은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운임을 올린다면 수익은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이용객이 적어질 것이다. 애써서 전철을 지어놓고 이용객이 적다면 도로 혼잡이 그대로일 테니 전철을 지은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진퇴양난 속에서 최적의 운임체계를 결정하는 것이 운영사와 정부, 지자체가 할 일이다.


  동해남부선 전철이 수익논리만 찾아 높은 운임을 받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전철이 많은 승객을 수송하면 사회적인 편익이 생긴다. 이 가치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운임을 결정해야 한다. 낮은 운임으로 운영사가 적자를 보더라도 승객이 늘어난다면 부산시 전체적으로는 사회적인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아쉬운 것은 동해남부선 전철을 부산교통공사가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당초 국토교통부에서는 동해남부선 전철에 대해 별도의 운영기관을 선정하려고 했었다. 이에 따라 부산교통공사도 이 사업의 입찰에 참여하려고 하였으나 부산발전연구원을 통해 운영수지를 분석한 결과 적자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어 참여를 하지 않았다.

  


                      동해남부선 옛 해운대역 ©코레일


  물론 적자가 두렵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부산시의 교통을 부산시 스스로 해결하려는 책임감을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으리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자기 지역의 철도를 타 기관에게 맡겨두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당장 수도권만 해도 경기도내 철도는 경기도가 아닌 코레일이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도내 철도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며, 버스와의 연계 등 체계적인 교통통합도 서울시에 비해 뒤져있는 실정이다.


  부산시는 당장 적자가 눈에 보이는 동해남부선을 남에게 떠넘겼다고 기뻐할 수 있겠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앞으로 벌고 뒤로 더 많이 잃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동해남부선 전철 정책의 주도권을 뺏긴데다가, 운영 기관 분리로 인해 기존 교통망과의 통합체계 구성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동해남부선이 별도요금제를 쓰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동해남부선의 시내 구간은 도시철도와 별 차이가 없으며, 이렇게 지하철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철도가 운영회사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별도 요금제를 쓰면 기존 교통망과 동해남부선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어렵게 된다.



  지방에서는 SOC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인구가 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고, 정부에서는 인구가 적어 SOC투자를 할 수가 없다고 말하는 등, SOC투자는 닭과 달걀의 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비수도권 최초로 건설된 동해남부선 전철은 매우 소중한 SOC다. 더구나 동해남부선 전철은 당초 광역철도로 추진되다보니 지자체에서 비용이 부담된다고 해서, 정부에서 국비 100%로 추진되는 일반철도로 전환해주기까지 한 노선이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개통되는 동해남부선을 대충 운영하며 낮은 승객 수에 머물게 하는 것은 세금을 내는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행위다.


  동해남부선 전철은 부산시를 지나는 만큼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산시에 달려 있다. 부산시가 직접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신경을 덜 써서는 절대로 안 된다. 부산시는 코레일과 머리를 맞대고 동해남부선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동해남부선 전철은 무작정 수도권 전철을 따라할 것이 아니라, 부산시만의 고유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부산지하철 첫 건설 당시 정부와 타 기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형전동차를 도입했던 부산시의 패기가 다시 한 번 필요한 시점이다. 유연성 있는 정책시행도 중요하다. 초기에는 수요를 끌기 위해 저운임으로 운영하다가 수요조절을 해가면서 운임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정책의 예측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경직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부산 1호선 개통열차 ©부산교통공사


  노인무임승차 문제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다. 이미 부산김해경전철은 노인무임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한 사례다. 노인무임승차는 동해남부선의 수익과 직결된 문제이다. 서울시도 손을 못 대고 있던 노인무임승차 문제의 해결의 물꼬를 부산시가 트는 모습을 보고 싶다.


  동해남부선을 부산교통공사가 운영하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이 같은 운영기관 분리를 긍정적으로 본다면 지하철을 운영하는 부산교통공사와 전철을 운영하는 코레일 간의 서비스 경쟁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상위기관인 부산시나 국토교통부 등은 이 같은 경쟁이 승객들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도록 적절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동해남부선 전철이 개통되는 2016년은 수도권 전철이 개통되던 1974년과 전혀 다르다. 도시인구가 폭발적으로 느는 시기도 아니고, 경제가 급성장하는 시기도 아니다. 전철 운영에서는 분명 위협요인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것은 공멸로 향하는 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는 동해남부선의 효과를 극대화할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운영을 맡지 않아 적자 위험에서 벗어난 만큼, 최소한 일정 금액만큼은 동해남부선 활성화를 위해 부산시가 투자를 할 필요도 있다. 또한 코레일은 철도전문 운영회사로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적자노선을 억지로 떠안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수도권을 떠나 새 장소에서 전철 운영 실력을 발휘할 기회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여 각 주체들이 동해남부선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산시민들이 새로 개통되는 동해남부선 전철을 아끼고 많이 이용한다면 동해남부선 전철은 부산시의 새로운 발전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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