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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김경철호(號) 대전도시철도공사에 바란다

김경철 사장 부임 이후의 대전도시철도공사에 대해 바라는 점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옥/대전도시철도공사 제공

 

최근 신문을 읽다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바로 김경철 전 한국교통연구원장이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김 내정자는 필자와도 인연이 있다. 십 수 년 전 김경철 박사가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에 도시교통연구부장으로 근무했던 당시, 함께 서울시 교통에 대해 논의하고 작은 자료집도 하나 냈었다.

https://www.si.re.kr/node/8461

https://tinyurl.com/yxcme2e5

 

그 후 김경철 박사는 2011년 차관급인 한국교통연구원장으로 영전하여 3년간 근무하였다. 한편 교통연 원장을 마친 뒤 김경철 박사는 훌쩍 필리핀으로 떠나 필리핀 교통부의 교통특별자문관으로 일했다. 알다시피 필리핀은 개발도상국으로 교통 사정이 매우 열악하다. 이런 곳에서 본인의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정부를 위해 조언하는 일은 매우 뜻깊은 일이었으리라고 짐작된다.

 

그러던 그가 귀국하여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정 공모에 지원했다니 필자도 개인적으로는 꽤 놀랐다.

 

사실 차관급까지 역임했던 인사가 대형 공기업도 아니고 대전의 1개 노선을 운영하는 작은 지하철 공기업의 사장이 된다는 것은 나름 뜬금없는 일일 수도 있다. 일종의 하향 지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필자는 다른 관점에서 보고 싶다. 현재 대전에 교통문제가 산적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김경철 박사 수준의 중량감 있는 인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교통 혁신가로서 김경철 박사의 능력은 이미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중교통 역사상 가장 획기적이었다고 평가받는 2004년 서울 대중교통 개편의 한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김경철 박사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대중교통개편지원 연구단장을 맡아 교통개편을 지원했다. 그런 그가 대전에 부임한다니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대전의 교통은 문제도 많고 과제도 많다. 대중교통 분담률이 높지 않고, 자동차 이용 비율이 높다. 자동차는 에너지와 공간을 낭비하며 도시의 발전에 제약을 가져온다. 자동차 이용 비율이 높은 도시는 절대로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없다.

 

 대전도시철도공사 개통당시 모습/대전광역시 제공

 

또한 친환경 교통수단인 도시철도 노선은 1개에 불과하다. 차기 노선을 추진 중인데 2호선은 트램이라 이론과 경험이 부족하고, 충청권 광역철도도 지방 특성에 맞는 고유 운영 모델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정책의 최고 전문가인 김경철 박사의 대전 부임은 큰 기대를 갖게 해준다. 논란은 좀 있었으나 김경철 내정자의 시의회 인사청문회도 통과되었고, 별다른 일이 없으면 101일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 부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고에서는 김경철 사장 부임 이후의 대전도시철도공사에 대해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로 향후 대전 2호선 트램과 대전 3호선으로도 불리는 충청권 광역철도를 대전도시철도공사가 맡아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기를 바란다.

 

트램(노면전차)은 도시철도라고 불리긴 하지만, 사실 상당히 독특한 위치에 있다. 전용의 주행공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길에서 다른 차들과 함께 달린다는 점에서 버스의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버스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보니 외국에서는 버스회사와 협력하여 운영하거나, 버스 기사를 트램 기관사로 고용하기도 한다.

 

  대전2호선 노선도/대전광역시 제공


즉 지금 대전도시철도 1호선을 운영하던 기분으로 2호선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트램 특유의 운영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대전도시철도공사 입장에서는 대전 트램에 2호선이라는 숫자가 붙어있다고 해서 자기들이 운영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기존 도시철도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면 되겠거니라고 안이하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철저하게 트램에 최적화된 조직과 운영체계를 사전에 준비해야, 효율과 안전을 극대화시켜 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싱가포르 센토사 모노레일 운영 현지법인 설립모습/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이렇게 트램을 운영해야 노하우도 쌓을 수 있고, 향후 국내외 위탁운영 사업에 진출할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 많은 도시들이 트램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위탁운영 수주시장의 전망도 밝다.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자사의 3호선 모노레일에서 운영 실적과 노하우를 쌓아,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모노레일 관리 사업을 따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대전이 트램을 하겠다고 먼저 나서서 온갖 고생을 하고 있지만, 이것만 잘 극복하면 선도자로서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대전 3호선으로 불리는 충청권 광역철도(신탄진-서대전-계룡)도 대전도시철도공사가 운영을 맡았으면 좋겠다. 사실 국내에서는 지하철과 전철이 분리 운영되고 있는데, 수도권과 부산권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도권이야 규모가 커서 그렇다 치더라도, 부산권까지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 같은 분리 운영은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 출범 등 최근의 대도시권 광역교통 행정의 통합 추세와도 어긋난다.

 

  대전 1호선 연장 노선도/대전광역시 제공

 

실제로 부산권에서는 동해선 광역전철의 운전시격이 승객 기대보다 길어, 부산시내 도시철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여러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해선을 부산교통공사가 직접 운영했다면 기존 부산도시철도와 좀 더 밀도 있는 연계운행이 되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있다.

 

대전은 부산보다도 더 노선수가 적은데 충청권 광역철도까지 따로 운행한다면 효과적인 교통정책 실현이 어려울 것이다. 이에 따라 대전시와 시의회, 공사가 한뜻이 되어 충청권 광역철도를 대전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것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적자가 걱정된다며 광역전철을 타 기관에서 떠넘기는 것은 당장의 작은 이익을 위해 나중의 큰 이익을 버리는 소탐대실을 범하는 것이다.

 

  충청권 광역철도 노선도/대전광역시 제공

 

장기적으로 보면 대전도시철도공사가 철도 건설까지 맡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전국 지방 광역시의 지하철 건설체계는 시 산하 건설본부에서 건설하고 시 산하 공사에서 운영을 하는 체제다. 모두 서울시를 모델로 한 것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다른 곳이 바로 부산인데 예전 공단 시절에 내려온 방식이 공사로 바뀐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그래서 부산은 부산교통공사에서 건설과 운영을 함께 하고 있다.

 

최근의 철도 통합 추세에 따르면 대전도 이와 같은 모델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김 내정자가 시의회 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향후 트램 노선의 확장을 염두에 둔다면, 기존 트램의 운영을 고려한 건설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트램 운영을 통해 수송력을 공급하고 이를 세부적으로 조절해가면서 필요한 곳으로 트램 노선을 연장하려면, 건설과 운영의 통합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향후 대전도시철도공사가 시내버스, 공공 자전거 등 공공교통 전역으로 운영을 확대해나갔으면 한다.

 

사실 크지 않은 도시의 한계가 있겠지만, 대전의 시내버스는 배차시간이나 첫막차 시각 등에서 아직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또한 도시철도와의 연계운행 등에도 한계가 있다. 물론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많이 나아졌지만 애초에 시내버스 업체와 도시철도 업체가 분리되어 있는 이상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홍콩 등 외국의 교통선진국에서는 도시철도 회사가 직접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 이는 기존 시내버스 업체의 밥그릇 뺏기 보다는, 도시철도 고밀도 연계 노선의 신규 개발을 통한 수요 창출의 의미가 크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도 심야시간에 2호선 순환선과 똑같이 달리는 버스를 구상하는 등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는 노선이 고려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전도시철도공사가 버스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어야 한다. 실제로 인천교통공사와 서울교통공사가 이 같은 종합 교통 서비스 제공을 위해 규정은 물론 사명까지 바꾼 상태이다.

 

서울교통공사는 현재 정관에서 마을버스 기능의 버스운수사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고, 인천교통공사는 실제로 송도, 청라 등 일부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버스운수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공공교통의 통합적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대전교통공사도 여러 교통수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 대전시도 이 같은 것을 고려하여 지난 2월 산하 공기업들과 업무 기능 재조정에 대해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의회 청문회에서는 교통공사화와 버스 운영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 대중교통의 수단간 통합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교통을 개별적 수단이 아닌 종합 서비스로 보는 MaaS(Mobility as a Service)가 등장하는 상황이다.

 

이 때 IT 및 과학기술 도시를 표방하는 대전은 오히려 교통수단간 통합 운영과 이를 통한 정보체계 일원화에 더욱 앞장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조직이 더 많은 범위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부가가치 창출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수도권에 비해 작은 대전권의 특성에 맞는 운영 모델을 제시한다면 타 지방권으로 이 같은 운영방식의 전파도 가능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김 내정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이와 같은 철도 통합 운영과 공공교통 통합 운영에 대해 긍정적으로 밝히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기대가 큰 부분이다.  

 

  도시철도 전차선 정비/대전도시철도공사 제공


세 번째로 대전도시철도공사가 중부권 교통의 리더로 떠오르기를 기대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의 출범으로 우리나라 국토 중부권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수도권에 비하면 교통체계는 아직 아쉬운 실정이다.

 

따라서 대전도시철도공사가 당장은 대전 시내 교통만 맡지만, 점차 지역적인 확장을 거쳐 중부권 전역을 아우르는 교통 기업으로 확대 발전해나갈 필요가 있다.

 

당장 대전 1호선만 해도 세종시 연장이 구상되고 있고, 충청권 광역철도는 지금은 신탄진-계룡 구간만 추진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논산, 청주공항, 옥천 등까지도 연장이 고려되고 있다.

 

또한 대전과 세종은 인접한 대도시로서 교통 분야 협력의 필요성이 무엇보다 높으며, 수도권이 그러하듯 인접 위성도시들의 확장과 발전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중부권에 위치한 고속철도 역들과 대중교통의 연계체계도 중요한 과제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대전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 1호선 하나만 붙잡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시야를 높이고 멀리하여 중부권 전체의 공공교통 맹주가 되고자 하는 야심을 품어야 한다.

 

  대전도시철도 영업시운전 모습/대전도시철도공사 제공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만 해도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통합하여 덩치를 키우고, 서해선과 김포도시철도 운영에 나서며, 신안산선과 GTX 운영에도 눈독을 들이는 등 꾸준한 확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의 발전은 기본적으로 성장에 기인하는 것이다. 커지지 않는 회사에서는 주주에게도 직원에게도 남는 것이 없다. 그리고 공기업의 주주는 시민이다.

 

수도권과 달리 현재 중부권은 일종의 무주공산이라고 할 수 있다. 대전도시철도공사가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하고 통합적인 교통서비스 제공을 통해 사세를 확장해나간다면, 이는 결국 교통 서비스 개선이라는 국민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물론 김경철 사장 임기 중에 이런 것을 당장 실현할 순 없겠지만, 그 초석이라도 놓고 간다면 큰 역할을 한 것이 될 것이다. 최소한 잠재력은 심어주고 떠날 수 있어야 한다.

 

대전도시철도공사 홈페이지

 

다만 걱정되는 점들도 많다. 우리나라 공기업 수장은 매우 정치적인 자리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공기업이 억지로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2004년 서울 대중교통 개편이 다소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크게 보면 결국 성공을 이루었던 이유는, 당시 이명박 시장이 전문가들을 보호해주었기 때문이다. 김경철 사장을 맞이한 대전도시철도공사가 새로운 변화를 하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불합리한 이유로 공사를 흔들어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노조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철도분야 노동조합은 모두 강성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김 내정자가 국책연구원 원장을 하며 노조와 상대한 경험이 있지만, 연구원 노조와 철도운수회사 노조는 비교가 되지를 않는다. 이번 임명 과정에서도 노조의 반발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노조가 걱정하는 상황 중에 사장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은 없다. 요즘 시대에 노조와의 협력 없이 사업을 추진해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추진했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오히려 최근의 서울교통공사의 통합 등 사세 확장에는 노조의 기여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마찬가지로 향후 대전도시철도공사의 발전에도 노조의 역할이 기대된다.

 

 

 

그동안 필자가 보아온 김경철 내정자는 누구보다도 도시철도와 공공교통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경전철 붐이 한창이던 시절, 자신의 이름인 경철이 경전철의 약자라던 농담도 기억난다.

 

이제 곧 60대에 접어드는 김 내정자가 그동안 평생을 걸쳐 쌓아왔던 지식과 열정,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내기 위해 자신이 대학을 다녔던(충남대) 고장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가 깊은 일이라고 본다. 대학 시절이란 성인이 되어 처음 지냈던 시기이기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그때 지냈던 지역에 각별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김 내정자의 사장 취임은 내정자 본인으로나 대전도시철도공사로서나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대전은 트램이나 광역전철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을 준비하고, 중부권의 발전이 지속되는 격변기이다. 국가적으로도 빠른 고령화로 인해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이 정체를 보이고 있고, 이제 지속적인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발달된 도시철도 기술을 가지고 해외 진출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있다.

 

이 때 관련된 모두가 힘을 합쳐 좋은 성과를 이루어낸다면, 회사 규모를 키우고, 하는 일도 다양화하며, 국내외 진출까지 이루는 13조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불통하며 협력을 못하면, 도시철도의 기본 가치인 안전마저 잃는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한국 대중교통 발전의 산 증인인 김경철 박사의 대전도시철도공사 부임이 커다란 관심을 모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첨언)

필자가 그동안 교통활동을 하면서 읽었던 여러 글들 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글 중 하나가, 김경철 박사의 저서인 도시철도론’(2001)의 머리말이었다. 대중교통을 공공교통으로 부르자는 그의 말에는, 대중교통의 공공성에 대한 고민과 진정성이 담겨있다. 독자들도 읽어보시길 권하며 감동을 공유하고 싶다.

https://blog.naver.com/ianhan/12000073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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