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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칼럼/발언대

희비 엇갈리는 경전철 6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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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우진(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국내 6종의 경전철 ©각 관청


경전철(輕電鐵)이란 가벼운 전철이라는 뜻으로, 기존 지하철이 크고 무거운 중전철(重電鐵)이었다는 점에서 상대말로 쓰여 왔다. 세계적이라기보다는 주로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용어다. 


경전철은 한 칸의 길이와 폭이 짧고, 편성량수가 적으며, 축중도 가볍다. 중전철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수송력은 떨어지지만, 버스에게는 없는 지하철의 장점을 그대로 갖고 있다. 전기주행, 친환경성, 정시성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건설비용이 적게 든다.


그래서 경전철은 지하철을 짓기에는 부담되는 대도시권의 지선교통수단이나 중소도시의 간선교통수단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지하철과 버스의 중간 규모 수요를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을 짓기에는 수요가 적고, 버스로 수송하기엔 수요가 많은 곳에 경전철을 지으면 적당하다.


우리나라에 경전철 도입이 공식화된 시기로는 1992년 김해경전철과 하남경전철이 정부시범사업으로 선정된 때로 보는 편이다. 이는 상당히 이른 것으로서 서울 2기 지하철(5~8호선)이 첫 개통을 하기도 전이었다. 


경전철에 대한 관심은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고, 특히 그 적절한 규모로 인하여 민자 유치 사업으로도 주목받았다. 이에 따라 부산김해경전철, 의정부경전철, 용인경전철 등 대도시권 주변 도시에 경전철 설치가 추진되었다. 대부분 민자 사업으로 추진된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민자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여러 논란이 커지면서 사업은 생각만큼 원활하지는 않았다. 특히 용인경전철은 완공을 시켜놓고도 한참동안 개통을 못할 정도였다. 그러는 와중에 재정사업으로 우직하게 추진하던 부산 4호선(반송선)이 국내 최초의 경전철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2011년 3월 30일 개통)



한국형 고무차륜경전철 K-AGT 시험선 모습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경전철은 국가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지하철 건설 확대는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철도교통의 필요성은 여전한 상태에서 저비용으로 건설할 수 있는 경전철은 좋은 대안이 되었다.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도 경전철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한국형 고무차륜 경전철 K-AGT를 개발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K-AGT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하였으며, 차량제작은 우진산전에서 하였다. 주로 전동차 부품을 만들던 우진산전은 K-AGT개발을 통해 본격적인 전동차 제작 회사로 거듭났다.


이렇게 경전철에 대한 많은 관심이 집중되던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경전철이라고 하면 주로 여섯 종류의 시스템을 일컬었다. 이번 호에서는 이들 6종 경전철 시스템들의 걸어온 길과 현재의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알아보고자 한다.


● 철차륜 AGT

철차륜 AGT는 구조적으로 기존 지하철과 가장 유사한 시스템이다. 크기와 무게를 줄여 놓았을 뿐 사실상 그냥 ‘미니 지하철’이라고 불러도 문제가 없다. 그러다보니 기존 지하철의 기술과 부품, 절차를 상당부분 활용할 수 있어서 사업 추진이 용이하다.


철차륜AGT는 궤도와 차륜 사이의 낮은 마찰력에 의존하는 기존 철도의 장점을 그대로 활용한다. 따라서 잦은 가감속보다는 안정적으로 오랜 시간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데 적절하다. 고무차륜에 비해 강우나 강설 등 악기상에 강한 것도 장점이다. 그래서 지상 구간이 많을 경우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철차륜의 특성상 급곡선에는 한계를 보인다. 물론 연접대차를 활용하여 최소곡선반경을 줄이고는 있지만, 곡선부에서의 마찰 증가를 고려하면 노선의 곡선이 적을 수록 좋다.


대표적으로 부산김해경전철은 노선 자체가 길며, 굴곡이 적은 편이고, 역간 거리도 넓은 편이라 철차륜AGT에 최적화된 노선이라고 볼 수 있다.



철차륜AGT인 부산김해경전철 ©(주)부산김해경전철


이렇게 철차륜AGT는 기존 철도와 유사한 안정적인 시스템이다 보니 사업시행자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부산김해경전철 외에도 인천 2호선, 우이신설선, 김포도시철도 등이 철차륜AGT로 건설되어 운영되고 있다. 김해는 전 구간 지상, 우이와 김포는 전 구간 지하, 인천2호선은 지상, 지하 혼합 노선으로 되어 있다. 특히 우이신설선은 차량기지까지 지하라서 지상에 보이는 부분이 전혀 없다.


철차륜AGT는 앞으로도 추가로 등장할 예정이다. 당장 서울의 동북선이 철차륜으로 건설 중이다. 특히 김포도시철도처럼 광역철도 기능을 가지면서 차량시스템은 경전철을 선택해야 할 경우 철차륜AGT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 고무차륜 AGT

철차륜 AGT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바로 고무차륜 AGT다. 철차륜과 고무차륜의 장단점은 대체로 반대라고 할 수 있다. 둘을 표로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물론 이 비교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철차륜

고무차륜

최고 속도

높음

낮음

등판능력

보통

우수

곡선 통과 능력

보통

우수

가감속도

보통

높음

열차간격

보통

제동거리가 짧아서 열차 간격을 좁힐 수 있음

기상(氣象)의 영향

적음

(눈 올 때 취약, 지하는 상관없음)

소음

곡선 통과시 심해짐

낮음

하중을 견디는 능력

낮음

시설물, 차량 무게

높음

낮음

소모품

차륜과 레일의 삭정과 연마 관리 필요, 추후 교체

타이어만 교체

탈선 가능성

낮음

없음

축중

(우이신설선) 10.8

(신림선) 9

바퀴 지름

(우이신설선) 660mm

(신림선) 946mm

궤간

(우이신설선) 1435mm(표준궤)

(신림선) 1700mm

공통점

무인운전 가능 / 지하, 지상, 고가 등 어디든지 설치 가능

직류 750V를 주로 사용, 3궤조 집전 방식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한국형 경전철 기술을 개발하기로 결정하였을 때 선택한 시스템이 바로 고무차륜AGT였다. 철차륜AGT은 기존 지하철 기술을 상당부분 재활용할 수 있는 만큼, 고무차륜AGT 기술 개발의 시급성이 더 컸을 것이므로 이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아울러 앞으로 고무차륜 경전철 기술이 넓게 퍼질 것으로 예상한 점도 있었다. 가장 큰 이유라면 고무차륜은 곡선에 강한 편인데, 도시 안에 짓는 경전철은 필연적으로 많은 곡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곡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 노선의 접근성을 높이려고 한다.


현재 서울에서 공사 중인 신림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림선은 도림천 하부를 지나가는데 여기에서 상당한 곡선이 형성된다. 이 밖에도 보라매공원 주변 등 전체적으로 곡선이 많다보니 고무차륜이 좋은 선택일 수 있는 것이다.


첫 도입 당시 고무차륜AGT는 생소한 시스템이었지만, 부산 4호선에서 선구적으로 고무차륜을 선택하고 장기간 운영을 해와서 현재는 검증이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현재 고무차륜AGT를 선택하는 경전철 노선들이 계속 늘고 있다.



고무차륜경전철인 부산 4호선 ©부산교통공사


일단 종주(宗主)도시라고 할 수 있는 부산에서는 사상하단선, 노포양산선(양산도시철도) 등에 4호선과 동일한 모델을 계속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에서는 신림선, 위례신사선에 도입되고, 광주 2호선에도 도입되는 등 전국적으로 확대 추세에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서울 노선들 중 북부 노선은(우이신설선, 동북선) 철차륜을 쓰는데 남부 노선은(신림선, 위례신사선) 고무차륜을 쓴다는 점이다. 


한편 모델은 다르지만 오래 전에 고무차륜을 채택한 인천공항 셔틀트레인과 의정부경전철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공항은 일본 미쓰비시 크리스탈 무버 모델을 도입했는데, 이 모델은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 등 유난히 공항들에 많이 도입된 모델이다. 의정부는 고무차륜 경전철로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지멘스의 VAL을 선택했다. 구체적으로는 VAL208모델인데 208이란 차폭이 2.08m라는 뜻이다. 이는 국내 경전철 중 최소 폭이며 시내버스보다도 좁다.


그런데 의정부경전철은 전 구간 고가에다가 설치된 장소의 위도(緯度)가 높아서 강설 문제가 있다 보니 운행 중단이 잦았다. 이는 고무차륜AGT의 이미지 저하를 불러왔다. 신뢰성이 생명인 철도에게는 뼈아픈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고무차륜AGT는 특유의 유연성을 앞세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서 주목된다. 대표적인 것이 전 구간 단선인 양산도시철도와 저심도 지하철인 광주 2호선이다.


우선 양산선은 도시철도로는 국내 최초로 전 구간 단선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지금까지 국내 도시철도에서 단선 구간은 말단부의 일부 구간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전 구간 단선은 상당히 도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단선 운행에서는 정시성을 높여 교행에 소비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운영사의 노하우가 중요하다. 국내 최초의 고무차륜AGT 도입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온 부산교통공사가 단선 도시철도 운행에서도 새로운 노하우를 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역시 저심도 도시철도인 광주 2호선도 관심사다. 그동안 국내에는 서울 2호선 용두역이나 우이신설선 북쪽 역들처럼 저심도 역사가 시도된 적이 있긴 하지만, 광주 2호선처럼 본격적인 저심도 지하철을 표방한 노선은 없었다. 고무차륜AGT 시스템과 저심도 설계의 궁합이 얼마나 잘 맞을지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고무차륜경전철의 전구간 단선으로 지어지는 양산도시철도 노선도 ©부산교통공사


● LIM(선형유도모터)

한편 철차륜AGT와 고무차륜AGT 사이에서 존재감을 보이려 노력했던 시스템이 바로 LIM방식의 경전철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용인경전철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용인경전철은 민자 사업을 봄바르디어에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봄바르디어의 대표 경전철 모델인 LIM방식의 시스템이 채택되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라면 노선의 특성과 차량의 특성 사이에 그다지 정합성이 없었던 점이다. 우선 LIM방식은 차량 높이를 낮게 할 수 있는 게 최대의 장점인데, 정작 용인경전철은 전 구간이 지상이라 이 장점을 활용할 수가 없었다. 지하 구간이었으면 터널 구조물 높이를 줄이는데 큰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또한 선형유도모터의 특성상 급구배와 급곡선에 강하지만 역시 노선에 곡선이나 구배 구간도 많지는 않았다.



LIM방식인 용인경전철 ©(주)용인경량전철


더 큰 문제는 용인경전철이 채택한 LIM방식의 차체 폭이 3.2m나 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기존의 대형 중전철 3.12m보다 큰 것으로서, 이 때문에 매우 폭이 넓은 상판과 정거장을 설치해야 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육중해보이고, 지상에 압박감을 주다보니 경전철의 이미지가 저하되었다. 경전철하면 으레 등장하는 ‘흉물고가’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용인경전철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렇게 이미지도 나빠진데다가 LIM방식의 시스템 자체도 세계적으로 흔하지 않다보니 우리나라에는 용인경전철 이후로는 더 이상 도입되고 있지 않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LIM방식이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지하 노선 중심으로 꽤 많이 도입되어 있는 것과 비교된다.


그나마 기대해볼만한 부분은 현재 경기도 도시철도망 계획에 용인경전철의 광교 연장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행 기흥역에서 흥덕을 거쳐 신분당선 광교역으로 가는 계획인데 도심부를 지나려다보니 당연히 지하 노선으로 지어진다. 따라서 이곳 광교-흥덕-기흥 사이의 지하 구간에서는 LIM 특유의 낮은 높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용인경전철의 흥덕-광교 연장 노선도 ©경기도


● 모노레일

경전철에서 또 다른 틈새시장을 노리는 모델이 바로 모노레일이다. 부산이 고무차륜 경전철을 과감히 도입하여 확대를 꾀하고 있다면, 모노레일을 활용하는 도시는 바로 대구다.


대구는 3호선을 건설할 때 시스템이 경전철로 결정되자, 그 차종으로 모노레일을 선택했다. 지하 경전철은 건설비가 많이 들므로 고가 노선을 지어야 했는데, 고가 시스템 중에 지상에 햇빛을 가장 덜 가리는 게 모노레일이기 때문이다. 


교각위에 상판을 얹고 그 위에 궤도를 설치하는 다른 시스템과 달리, 모노레일은 교각위에 궤도가 바로 올라온다. 따라서 지상에는 상판처럼 넓게 그림자가 지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궤도와 교각이 일체화된 구조로 인해, 분기기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노선을 확장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어쨌든 햇빛을 덜 가리는 구조로 인하여 고가 경전철에 으레 따라오는 흉물고가라는 이미지는 대구 3호선에서는 적다.



모노레일인 대구 3호선  ©대구광역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대구시가 모노레일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부분이다. 일단 대구시의 추가 경전철 노선인 엑스코선에도 3호선과 동일한 모델을 채택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 이는 부산시가 사상하단선과 양산도시철도에 부산 4호선과 같은 K-AGT차량을 도입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또한 대구시의 모노레일 차량은 일본 히타치 모델인데, 대구시는 모노레일을 정비하면서 얻을 기술을 바탕으로 싱가포르 센토사 익스프레스(모노레일) 차량 및 시설물 유지관리 사업에 진출했다. 크기는 다르지만 센토사 익스프레스도 히타치 모델이다. 이렇듯 한번 도입한 모노레일을 다목적으로 활용하고, 해외 진출까지 하고 있는 것은 지방 공기업으로서 그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우수한 사례다.



대구의 새로운 도시철도인 엑스코선 모노레일 노선도 ©대구광역시


● 자기부상열차

자기부상열차는 초고속 모델과 중저속 모델이 있는데 도시철도에 쓰이는 것은 중저속 모델이다. 선로 위에 떠서 마찰 없이 달린다는 자기부상열차의 개념 자체는 매우 오래되었다. 국내도 마찬가지라서 자기부상열차 연구는 이미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1993년 대전 엑스포때 일반인이 탈 수 있는 시험선과 시제차가 나왔으며 당시 필자도 타보았다.


그 이후 비록 부침은 좀 있었지만 자기부상열차 연구는 꾸준히 이루어져 왔으며 그 최종 성과가 현재 인천공항에 설치된 자기부상열차다. 인천공항에 설치되어 있다고 하지만, 인천공항내 교통수요보다는 주변 지역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수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공항 동쪽 공항신도시쪽에는 공항철도가 이미 있기 때문에, 철도가 없는 서쪽의 거잠포쪽을 연결한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는 그냥 놓인 것이 아니고, 지자체간 경쟁을 통해 노선이 선정되었다. 2007년에 정부가 추진했던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사업의 시범노선 선정이었다. 이때 인천공항공사와 인천시 힘을 합쳐 노선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경쟁 지자체가 대구, 대전, 광주였다. 대구는 현재 추진 중인 엑스코선, 대전은 2호선 일부 구간, 광주도 2호선 일부 구간을 지원했었다. 


최종적으로 시범노선 건설지는 인천공항으로 선택되었는데, 도심지가 아니다보니 민원 가능성이 적고, 인천공항 앞에 있다 보니 외국인들에게 홍보효과가 큰 점도 고려되었으리라고 짐작된다. 다만 자기부상열차 사업비는 인천시보다 오히려 인천공항공사가 더 많이 냈을 정도로 주도권이 인천공항공사에 있었다. 현재도 자기부상열차 사업 홍보는 인천시가 아닌 인천공항공사에서 하고 있다. 

https://www.airport.kr/ap_lp/ko/tpt/pblctpt/magtrainf/magtrainf.do


그러다보니 오히려 인천시 도시철도망으로서의 확장성을 충분히 갖지 못하게 된 점이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인천시 도시철도망 계획에 자기부상열차의 연장 계획이 포함되어 있지만, 좀처럼 사업 추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왕 인천시가 자기부상열차를 맡은 만큼 관내에 월미바다열차 등 자기부상열차에 적절한 노선으로 사업을 적극 확대했다면 국내에 자기부상열차가 좀 더 보급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연장 노선도 ©인천광역시


한편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사이에 세계적인 도시철도의 흐름이 바뀌고 있었다. 바로 트램(노면전차)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 


트램은 60년대 구형 트램과 21세기의 신형 트램으로 구분될 수 있다. 구형 트램과 달리 신형 트램은 높아진 수송력, 개선된 차량 성능, 전차선이 없어도 되는 무가선 운행, 미려한 디자인 등으로 도시교통의 새 트렌드로 떠올랐다.


아무리 저소음이라지만 국내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고가 노선을 쓰고 있는 자기부상열차는 트램에게 점점 비교당하고 있었다. 지하 경전철이 흔치 않던 시절이라 경전철이라고 하면 국민들 머릿속에 자동적으로 ‘흉물 고가’가 떠오르던 시절이었다. 결국 자기부상열차로 결정되어있던 대전 2호선이 지난 2014년 트램으로 시스템을 바꾸면서 국내 경전철 시장에서 자기부상열차와 트램은 그 주도권을 교환하게 되었다.



대전 2호선 자기부상열차 조감도 ©대전광역시


실제로 세계적으로 보아도 자기부상열차는 일본, 중국, 우리나라라는 동아시아의 제한된 지역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일본은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기술의 종주국이고, 중국은 인구와 경제구조에서 다른 나라와 정상적인 비교가 안 되니,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자기부상열차를 제대로 갖춘 나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트램은 지역적으로 볼 때 훨씬 폭넓게 전 세계에 보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비록 자기부상열차 기술을 개발하긴 하였으나 세일즈에 주춤하고 있던 사이에 세계 철도시장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자기부상열차는 국내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부산이 고무차륜AGT, 대구가 모노레일을 자기 도시의 브랜드로 삼아 발전시키고 있는데 비해, 인천이 이런 점을 소홀히 했던 것은 아쉬운 일이다.


● 트램(신형 노면전차)

6종의 경전철 중에서 아직까지도 개통된 노선이 없는 것이 바로 트램이다. 부동산 가치에 민감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미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차선을 가로(街路)에 설치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배터리를 이용한 무가선 트램 기술의 성숙을 기다리는데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 트램은 도로상에서 자동차와 함께 달린다는 점에서 법령체계의 정비가 중요했다. 타 경전철들은 기존의 도시철도법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트램은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보통 트램 3법으로 불리는 도시철도법, 철도안전법, 도로교통법을 트램에 맞게 고치는데 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많은 선구자들이 각고의 노력을 해온 끝에 지금 여러 트램 사업들이 진행 중이다. 현재 가장 앞서 있는 것은 부산 오륙도선(무가선 저상트램 실증노선)과 서울의 위례선이다. 



부산 오륙도선 조감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특히 두 노선은 정 반대의 위치처럼 특성도 전혀 달라서 이색적이다. 위례선은 자동차가 없는 대중교통전용지구(트랜짓 몰)를 지나며 신도시를 관통한다. 하지만 오륙도선은 자동차에 영향을 주는 좁은 도로를 지나며 구시가지를 지난다.


트램이 기존 경전철들과 다른 점은 보행자들이 선로로 들어오는 것을 가정하고 운행한다는 점이다. 다른 경전철들은 다른 교통류와 경전철의 선로를 구분한다. 타 교통과 만날 때는 입체교차가 기본이다. 특히 무인운전을 하는 경우에는 승강장에 스크린도어까지 설치하여 승객이 절대로 선로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트램은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며, 사실 할 수도 없다. 노면에서 달리는 트램 선로를 울타리로 완전히 막아버리면 지역분단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트램은 기존 도시철도보다는 버스와 비슷한 교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트램은 정시성이나 친환경성 등에서 버스보다 나은 점들이 많다. 배터리 방식 전기버스가 도입되면서 차별성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트램은 여전히 대용량 수송과 선명한 노선 이해 측면에서 장점이 크다. 수송력이 높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볼 때 비용이 적게 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대체로 버스보다는 도시철도를 좋아한다는 점도 트램의 근본적인 장점 중 하나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현대로템에서 개발한 무가선트램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현재 국내에서는 AGT방식의 경전철 신규 계획이 차츰 줄어들고 있다. 아울러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및 지방 광역시들의 도시철도망 계획을 보면 그 시스템으로 대부분 트램을 선택하고 있다. 기존 도시철도에 비해 비용이 적고 공기가 짧으며, 향후 확장도 쉬운 등 유연성이 있는 노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램-트레인 등 고속 운행이 가능한 시스템이 일반화되면서 부산-울산권 등 광역철도에도 트램이 도입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으며, 종전 배터리 방식 트램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소전기트램의 시범운행이 울산에서 추진되는 등, 새로운 형태의 트램도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도시에서 트램이 지속적으로 신규 및 재도입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트램은 우리나라 경전철 6종류 중에서 가장 나중에 등장했지만, 현재 제일 주목받고 있으며 향후의 모습도 크게 기대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트램은 기존 경전철들과 달리 도로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따라서 트램의 단독 도입으로는 효과가 적고 부작용도 우려된다. 반드시 기존 도심 교통체계와 도시계획을 대중교통 및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트램 건설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트램이, 기존 경전철처럼 짓기만 하면 저절로 효과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짓고 나서 도시 교통의 이물질 같은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트램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지자체장들이 명심해야할 사항이다. 트램이 아닌 중앙버스전용차로만 지으려고 해도 쉽게 반발이 생겨나는 게 현실이다. 트램을 도입한다면 이 같은 반대를 극복하려는 지자체장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또한 트램을 통해 도시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필수적이다. 



트램 사업을 추진중인 성남시의 시청에 전시된 무가선트램 전두부 ©성남시



1899년 첫 개통된 우리나라 철도는 그동안 끊임없이 모습을 새롭게 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도시간 철도에서 큰 변화가 고속철도의 도입이었다면, 도시내 철도에서의 그 변화는 경전철이 이끌어왔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에 미래형 교통수단으로만 여겨졌던 경전철은, 새로운 철도의 모습으로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그리고 모든 철도들이 그래왔듯 시민들의 발로서 소임과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경전철을 도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던 철도인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여러 경전철들이 꾸준히 발전하고, 새 노선들도 지속적으로 개통되며, 양적 질적 수준도 모두 계속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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