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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며느리의 고백

  • No : 3079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9-05 15:08:11
  • 조회수 : 1112
  • 추천수 : 0

                              어느 며느리의 고백


 #

 읽으면서 목울대가 울컥해지는 감정을 누를 길 없어

 같이 나누고자 모셔 왔습니다.

신랑이 늦둥이라

저와는 나이 차가 50년 넘게 나시는 어머님,


시집오고 5년 만에 치매에 걸리셔서

저 혼자 4년간 똥 오줌을 받아내고 잘 씻지도 못하고 ...

딸내미 얼굴도 못 보고, 매일 환자식 먹고, 간이침대에 쪼그려 잠들고,

4년간 남편 품에 단 한 번도 잠들지 못했고

힘이 없으셔서 변을 못 누실 땐 제 손가락으로 파내는 일도 거의 매일이었지만 ...
 

안 힘들다고 평생 이 짓을 해도 좋으니

살아만 계시라고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신이 멀쩡하셨고

그 5년간 베풀어주신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신랑이 10살도 되기 전에 과부가 되어 자식 다섯을 키우시면서도

평생을 자식들에게조차 언성 한번 높이신 적이 없다는 어머님...

오십 넘은 아주버님께서 평생 어머니 화 내시는 걸 본 적이 없다 하시네요


제 나이 33살 먹도록

그렇게 선하고 지혜롭고 어진 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알코올중독으로 정신 치료를 받고 계시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제가 10살 때 집 나가서 소식 없는 엄마...

상습절도로 경찰서를 들락날락하던 오빠...


 그 밑에서 매일 맞고 울며 자란 저를 무슨 공주님인 줄 착각하는 신랑과,

신랑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 글썽이며

한시라도 빨리 데려오고 싶다고  2천만 원짜리 통장을 내어주신...

어느 나라에서는

남의 집 귀한 딸 데리고 올 때 소 팔고 집 팔아 지참금 주고 데려온다는데...

부족하지만 받으라고...

그 돈으로 하고 싶은 혼수 준비하라고!


 

부모 정 모르고 큰 저는

그런 어머님께 반해

신랑이 독립해 살고 있던 아파트도 일부러 처분하고

어머님 댁으로 들어가서 셋이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바쁜 명절날 돕진 못할망정, 튀김 위에 설탕 병을 깨트려 튀김도 다 망치고

병도 깬 저에게 1초도 망설임 없이 '아무 소리 말고 있거라' 하시고는

늙으면 죽어야 한다며 당신이 손에 힘이 없어 놓쳤다고 하시던 어머님...

단거 몸에 안 좋다고

초콜릿 쩝쩝 먹고 있는 제 등짝을 때리시면서도

나갔다 들어오실 땐 군것질거리 꼭 사들고

'공주야~ 엄마 왔다~' 하시던 어머님...

 

어머님, 신랑과 저 셋이 삼겹살에 소주 마시다

셋이 다 술이 과했는지 안 하던 속마음 얘기하다가

힘들게 자라온 서러움이 너무 많았던 저는 시어머니 앞에서

꺼이꺼이 울며 술 주정을 했는데 그런 황당한 며느리를 혼내기는커녕

내 손을 잡으며 저보다 더 서럽게 우시며

'얼마나 서러웠노 ...

얼마나 무서웠노...

처음부터 네가 내 딸로 태어났음 오죽 좋았겠나...

내가 더 잘해줄 테니 이제 잊어라 ...잊어라' 하시던 어머님...

명절이나 손님 맞을 때

차린 거 치우려면 '아직 다 안 먹었다 방에 가 있어라'하시곤 소리 안 나게

살금살금 그릇 치우고 설거지하시려다 저에게 들켜 서로 네가 왜 하니,

어머님이 왜 하세요 실랑이하게 됐었죠

 

제가 무슨 그리 귀한 몸이라고 일 시키기 그저 아까우셔서 벌벌 떠시던 어머님

 

치매에 걸려 본인 이름도 나이도 모르시면서 험한 말 한번 안 쓰시고,

그저 곱고 귀여운 어린아이가 되신 어머님...

어느 날 저에게 '아이고 예쁘네~뉘 집 딸이고~'하시더이다

그래서 저 웃으면서 '나는 정순X 여사님 딸이지요~할머니는 딸 있어요? 했더니

 '있지~ 서미X(제 이름)이 우리 막내딸~ 위로 아들 둘이랑 딸 서이도 있다'

그때야 펑펑 울며 깨달았습니다

 

이 분 마음속엔 제가 딸 같은 며느리가 아니라

막내 시누 다음으로 또 하나 낳은 딸이었다는걸...


저에게

'네가 내 제일 아픈 손가락이다' 하시던 말씀이 진짜였다는 걸 ...


정신 있으실 때,

어머님께 저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하고 잘하려 노력은 했지만

제가 정말 이 분을 진짜 엄마로 여기고 대했는지...

왜 더 잘하지 못했는지

왜 사랑하고 고맙단 말을 매일매일 해 드리지 못했는지...

 

밤 11시쯤 소변보셨나 확인하려고 이불 속에 손을 넣는데 갑자기

제 손에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여주시더군요

 

'이게 뭐예요?' 했더니 소곤소곤 귓속말로

'아침에 옆에 할매 가고 침대 밑에 있더라

아무도 몰래 네 맛있는 거 사 묵으래이~'

하시는데 생각해보니 점심때쯤 큰 아주머님도 왔다 가셨고

첫째, 둘째 시누도 다녀갔고 남편도 퇴근해서 '할머니~ 잘 있으셨어요?

(자식도 몰라보셔서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부릅니다) 인사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

 

아침 7시에 퇴원한 할머니가 떨어뜨린 돈을 주우시곤

당신 자식들에게 안 주시고 갖고 계시다가 저에게 주신 거였어요

 

장례 치르는 동안

제일 바쁘게 움직여야 할 제가 울다 울다 졸도를 세 번 하고 누워 있느라

어머님 가시는 길에도 게으름을 피웠네요 ...

 

어머님을 닮아

시집살이가 뭔지 구경도 안 시킨 시아주버님과 시누이 셋 그리고 남편과 저

 부둥켜안고 서로 위로하며 어머님 안 슬퍼하시게 우리 우애 좋게

잘 살자 약속하며 그렇게 어머님 보내드렸어요


오늘이 꼭 시어머님 가신지 150일째입니다

 

어머님께서 매일 저 좋아하는 초콜릿, 사탕을 사들고 오시던

까만 비닐봉지 주변에 널리고 널린 까만 비닐봉지만 보면 눈물이 납니다

 어머님이 주신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를 베게 밑에 넣어두고

매일 어머님이 꿈에 나오시면

사랑한다고 감사한다고 말해드리려 준비하며 잠듭니다


다시 태어나면

처음부터 어머님 딸로 태어나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겠죠...


부디 저희 어머님 좋은 곳으로 가시길...


다음 생에는

평생 고생 안 하고 

평생 남편 사랑 듬뿍 받으며

살으시길 기도해주세요.





굿 뉴스 <따뜻한 이야기,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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